작성자: 깨찰빵 (봄봄, @Fallmoon_fu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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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 우리가 고아원을 카타콤에 비유한 건 실수였어. 나는 반쯤 녹아내린 초에 편지 모서리를 그을리며 글자들이 불에 타 사라지는 모습을 구경했다. 종이에서는 낯설면서도 익숙한 탄내가 났다. 삐뚤빼뚤한 잉크 얼룩들이 외쳤다. 이 고딕 저택의 카펫에서는 시취 대신 장미 향기가 나거든. 너는 필시 내가 미쳤거나, 언제나처럼 널 배려하지 않고 떠든다고 지적하겠지. 우리가 열여덟이 되어 시설을 떠났던 날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는 게 좋았으려나 봐. 여긴 정말로 기이한 곳이야. 제이……. 친구의 이름에 불이 붙는 찰나 등 뒤에서 누군가가 요란하게 문을 밀어젖혔다. 나는 덜 닦은 접시에 얼마 남지 않은 조각을 떨어뜨렸다.
“같이 복도 등 바꾸러 가기로 했으면서!”
몸을 돌리면 높이 묶은 붉은 머리와 보라색 눈동자가 시야에 들었다. 같은 구역을 담당하는 메이드였다. 저택에 오고 고작 사흘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었음에도 나는 그의 푸른 눈이 화가 날 때면 곧잘 보라색으로 물든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친해서는 아니었다. 상대가 그만큼 성질이 날카롭다는 증거였지. 사라라는 이름의 이 메이드는 곧잘 사회성이 추가로 고갈된 셜록 홈즈처럼 굴었다. 이번에도 앉아서 대답을 준비하는 내 손목을 끌고 다짜고짜 방 밖으로 끌어내기 시작했다는 뜻이었다. 게다가 우악스럽긴 또 얼마나 우악스러운지. 눈을 굴리면 멀어지는 방문 위로 높다란 건축물의 천장이 눈에 띄었다. 사라의 목소리가 울렸다.
“너는 지나치게 과묵해. 이 저택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있어야지!”
다시 설명하자면, 우리가 처음으로 고용된 것은 고작 삼 일 전의 일이었다. 나는 한 주 전에 열여덟이 되었는데 고아원에서는 원래 만 열여덟이 넘은 아이들을 돌봐 주지 않았다. 자립할 방법을 빠르게 찾아야 했다는 뜻이었다. 시설에서도 썩 풍요롭게 산 것은 아니라지만 거긴 적어도 천장이 있는 공간이었다. 여자아이가 길바닥에 나앉으면 다음 날 행방이 묘연해진다느니, 차라리 결혼할 늙은 부자를 찾았어야 했다느니 하는 이야기가 종일 귀에 맴돌았다. 유일한 또래인 제이는 한 달쯤 전에 신문사 기자의 조수로 취업하더니 끊임없이 일 이야기나 늘어놓았다. 이러다간 머리카락을 죄다 쥐어뜯고 말겠다는 불안이 엄습하던 시점에 보게 된 것이 구인 공고였다.
고택에 대해서는 이전부터 몇 번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있었다. 비어 버린 집은 곧잘 괴담의 온상이 되기 마련이라, 어떤 사람들은 창가에서 귀신을 보았다고 했고 또 어떤 이들은 건물이 사람을 잡아먹는다고 했다. 종종 어떤 뜬소문이 들리는지 귀를 기울이고 있자면 가히 우스울 정도였다. 그 검은 뾰족 지붕에 효수된 사람이 있었다느니, 살던 이들이 의문스러운 죽음을 맞았다느니. 열세 명 남짓 되는 주인들이 줄초상을 내고 나자 소유권 자체가 묘연해졌다는 소리에 더해 악마 숭배 근원지라는 얘기까지 돌았다. 어찌나 흉흉했던지 모험을 좋아하는 소년들조차 녹슨 창살 너머를 탐내지 않았을 정도였다. 갑자기 정원의 풀이 정리되고 건물의 이끼가 걷혔을 때 그 사건이 아이들 사이에서 굉장한 화제가 된 것도 당연지사였다.
“귀신이라니, 말이나 되는 소리를! 몇 살인데 그걸 아직도 믿냐?”
기삿거리랍시고 그 소식을 물고 간 제이는 며칠 뒤 부은 얼굴로 기자의 대답을 흉내 냈다. 괜히 지껄이다 부자에게 돈으로 뭇매나 맞지 않겠냐는 소리는 덤이었다. 그는 악마 숭배 같은 신성 모독적 작태는 마을에서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다고 못을 박은 통에 괜히 민망해지기만 했다고 투덜거렸다. 사용인 모집이 시작된 것은 소문이 파다하게 돈 이후였다. 몇몇은 여전히 괴담에 대해 긴가민가 걱정하는 눈치였으나 나는 달랐다. 어릴 때부터 가만히 앉아 허공만 본다고 귀신 보는 아이라는 별명을 직접 받아 챙겼던 판이었다. 사람들은 본디 남 얘기 떠들기를 좋아했다. 대부분의 소문은 티끌 같은 허물에서 시작되는 법이었다.
면접을 보러 떠나는 아침은 구름으로 가득했고 거리에는 사람이 많았다. 신문팔이도 겸하고 있던 제이는 용케도 나를 찾아내더니 내 트렁크 뒤를 졸졸 쫓았다. 원래는 돌아보지도 않을 생각이었지만 문제는 그의 키가 비교적 큰 편이라는 점에 있었다. 아무리 모른 체 빠르게 걸어도 따돌릴 수가 없게 되자 나는 얌전히 뒤를 확인했다. 또 자기 기자와 함께 떠난 기삿거리 탐색 여행 얘기나 하려나 했는데 표정을 보니 그런 건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그는 저택에 면접을 보러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속닥거렸다. 대체 어떤 입 가벼운 녀석이 전해 줬는지 모를 노릇이었다. 나는 불편한 표정을 하고 주변을 시선으로 훑었다.
“괜찮겠어?”
나는 최대한 말을 더듬지 않으려 애쓰며 입을 열었다. 첫 마디부터 시도는 처참하게 실패했다.
“뭐, 뭐를?”
“아니, 아무리 귀신 얘기가 거짓말이라고 해도 말이야.”
“카, 카타콤, 보다, 별로, 겠어?”
‘카타콤’은 고아원을 부르는 별칭이었다. 위생 상태는 최악이었고 아이들 얼굴 꼴은 시체처럼 희멀겋기만 했으니 적절한 명칭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기실 나는 사실 저택이 그 관 같은 공간보다 더 우중충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건물은 그만큼 빛나는 사용인을 요구할 게 뻔했다. 편지를 쓰겠다는 말로 간신히 친구를 떼놓고 도착한 면접지는 기대를 배반했다. 누가 정리했는지 정원의 풀은 독약처럼 푸르렀고 피처럼 붉은 장미가 돌담 가장자리를 장식하며 한들거렸다. 특유의 음침한 분위기는 여전했으나 폐가보다는 고딕 성당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대문은 열려 있었다. 나는 땅에 박힌 돌 장식을 따라 깊은 곳으로 발을 들였다.
입구의 낡은 발판에 올라서자마자 문은 쇳소리를 내며 열렸다. 열어준 사람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느리게 안으로 들어섰다. 집의 모든 창문은 막혀 있었고 로비를 밝히는 빛은 벽에 듬성듬성 붙어 있는 촛불뿐이었다. 주변을 돌아보고 있자면 본 적도 없는 피라미드가 떠올랐다. 오래된 왕의 무덤에는 믿기 힘들 정도로 정교한 통로가 마련되어 있어, 함부로 발을 들인 도굴꾼은 목숨을 잃게 된다고 했다. 나도 다른 지원자를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아마 중간에 완전히 길을 잃었을 터였다. 면접은 식당에서 이루어졌고 사람들은 사용인 방에 머물다가 셋씩 불려 나왔다. 심사하는 집사는 깐깐한 인상과 외알 안경이 눈에 띄는 인물이었다.
“이전에 고택에서 일을 해 본 적이 있습니까?”
첫 질문은 점잖았다. 노인의 낯은 창백했고 단어를 발음할 때마다 눈가의 주름이 움찔거렸다. 말하는 이의 정확한 나이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았다. 때로 그는 오십에서 육십밖에 되지 않은 신사로 보였으나 어떤 순간이면 수백 년을 버틴 조각상의 분위기를 풍겼다. 그렇다고 해서 사물처럼 무정해 보였다는 뜻은 또 아니었다. 집사에게는 일반적인 사람들에게서는 찾기 힘든 면모가 분명 존재했다. 그것이 노인의 연륜에서 기인하는지 아니면 그 외의 무언가를 원인으로 하는지는 짚어내기 어려웠다. 집사와 면접자들 사이에는 긴 테이블이 가로로 그은 선처럼 자리했다. 도자기 주전자 따위가 놓여 있는 것으로 보아 이후 차를 우리고 따르는 직접적인 활동도 시킬 모양이었다. 내 곁에서 다른 둘이 대답했다.
“네, 있습니다.”
“없지만 일은 자신 있습니다.”
집사를 마주하는 동안 나는 질문을 쏟고 싶은 충동과 싸워야 했다. 고용은 그렇다 치고, 앞으로 하게 될 일이 일반적인 사용인 업무는 맞는지, 그는 정말로 사람인지, 고택의 주인은 누구인지 의문이었다. 기회가 주어졌대도 말은 꺼내지 못했겠지만. 다른 둘의 존재 때문에 당당하게 질문에 응하는 것도 힘겨웠다. 말을 빠르게 하기 어려웠다. 능숙하게 하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함께 온 둘은 이전에도 사용인으로 일해 본 사람들 같았다. 그렇다면 이번 면접에 승산이 있던가? 닫힌 문이 덜컹거렸다. 밖에서부터 불어온 바람이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나는 대답했다.
“저, 저택과 같은 일을 해야 하, 하는 곳에서 이, 일해 본, 적이 있습니다.”
“어디지요?”
곧이곧대로 은어를 뱉으려다 참은 것이 다행이었다.
“고, 고아원입니다.”
이대로 입을 다물어 버린다면 모욕으로 받아들일 것이 뻔했다. 보편 인식이 그러했다. 노인의 눈썹이 태엽 장치처럼 움직였다. 나는 덧붙였다.
“오, 오래된 그릇들은, 섬세하게 대해야, 만, 하지요. 오래된 건물의, 경, 경우에도 마,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어, 언제나 일손이 부족한 부, 부엌과 먼지 쌓인 방, 과 혈, 혈연 없이 혈연, 이 된 아이들을 돌보는 버, 법을 압니다.”
침묵이 익숙한 목에서 쇠 냄새가 났다. 집사장의 얼굴에 닿지 못한 시선이 반들거리는 탁자에 머물렀다. 그새 누군가가 청소를 마쳐 놓은 건지, 검은 표면에 어렴풋이 푸석푸석한 갈색 머리가 비쳤다. 노인은 느리고 고통스러운 발화를 한 번은 참아 주려는 것 같았다. 답이 이어졌다.
“아, 아주 오랜만에 주인이 돌아왔으니, 도, 돌, 돌봄이 필, 필요한 것은 이 저택도 마찬가지죠. 저, 저는 평, 평생에 걸쳐 나이가 아주 많으면서도 어, 린 사물들을 도, 돌봐 왔습니다. 해야 하는 일은 비, 비슷하리라고 미, 믿습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오히려 말이 어눌한 것이 가산점으로 작용했을 것 같기도 했다. 하루도 지나지 않아 나만 저택에 대한 괴소문을 들은 것은 아니라는 점이 명백해졌기 때문이었다. 집사장은 청소며 요리 등의 기예 측면까지 확인한 뒤에야 절반을 채용했다. 몰려든 사람들은 대개 가족이 없거나 타지에 있는 이들이었다. 일부는 숫기가 부족했으나 일부는 또 말이 지나치게 많았다. 어차피 사용인으로 계속 일해야 하는 마당에 목소리를 내면 그게 건물 내에서 메아리치리라는 점을 고려치 못하는 건지. 혀가 가벼운 이들은 반나절도 되지 않아 서로의 이름과 출신을 논했고 대화 소재로 집에 대한 소문을 끌고 왔다.
제일 흥미로웠던 것은 저택의 주인, 정확히는 그와 그의 연인에 관한 소문이었다. 무심결에 저택을 아름다운 묘지 정도로 생각해 버린 탓에 토지 소유자의 존재 자체를 거의 잊어버리고 있었던 참이었다. 죽상을 하고 차를 우리러 갔던 소녀들은 돌아오자마자 호들갑을 떨었다. 본디 예상이 깨지는 순간 사람이 더욱 빛나 보이는 법이라고 했던가? 모시는 한 분은 태양을 닮은 금발이고 또 한 분은 밤을 닮은 흑발이라, 벽난로 앞에 앉아 대화하는 모습이 꼭 태양과 달의 논의처럼 느껴졌다 했다. 말씨만으로도 귀족 같은 성정이 보인다는 게 보편 주장이었다. 딱 한 사람의 말만이 일반 서술에 어긋났다. 그는 지팡이를 짚은 주인님이 빈 소매를 펄럭이며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고 증언하였는데, 누구도 그에 동조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무튼, 주인님에 대해 도는 소문이 다 거짓부렁이라 다행이라니까. 사실 인육 먹는 걸 즐긴다느니, 늑대와 인간이 교접해서 태어난 사람들이 대대로 저택 주인이 된다느니 하는 소문이 돌아서 마지막까지 지원할까 말까 고민한 거 알아?”
사라는 끊임없이 떠들면서 복도의 벽을 먼지떨이로 쳤다. 나는 대꾸하는 대신 비어 버린 액자를 마른 걸레로 닦았다. 밤에는 웬만하면 일하지 말라고 했지만, 낮에 액자 닦는 것을 떠올려 내지 못한 게 실책이었다. 저녁 무렵부터 사라는 서둘러야 한다고 종알거렸다. 다음 날 집사가 흰 장갑을 끼고 액자를 하나하나 쓸어 보는 모습을 보느니 차라리 빨리 치우는 게 낫겠다는 점에는 동의했다. 일하면서 내내 근거도 없는 소문들을 줄줄 듣고 있는 게 지겨웠을 뿐이지. 내가 아직 높으신 분들을 본 적이 없으니 더 떠들어 대는 게 분명했다. 차라리 홍차 담당과 하루만 역할을 바꿀까 고민하던 찰나 어딘가에서 비릿한 냄새가 났다. 걸음이 멎었다.
“왜?”
그렇게 지독한 냄새를 맡지 못한다는 게 오히려 더 놀라웠다. 생선을 손질하거나 닭을 죽여 본 적이 없단 말인가? 물비린내라기에는 짙고 바다의 내음이라기에는 지독한 것. 나는 홀린 듯이 걸었다. 사라는 짜증을 내더니 붙잡을 것처럼 따라붙었다. 걸음이 빨라졌다. 설령 이 신경증적으로 날카로운 검은 건축물이 일종의 묘에 가깝다고 해도 그런 냄새가 나서는 안 되는 거였다. 심장이 기이하게 뛰었다. 발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공포인지 흥분인지 잘 구분이 되지 않았다. 세세한 분별은 언제나 어려웠다. 사라가 이름을 불렀다. 목소리가 지나치게 컸다. 조금 떨어진 곳의 열린 문에서 빛이 흘러넘쳤다. 누군가가 문지방 위로 손을 내밀고 있었다.
완전히 도착한 뒤에야 나는 그것이 내민 손이 아님을 깨달았다. 손목 아래의 뼈를 잃은 살덩어리 뒤로 유성의 꼬리 같은 붉은 자국이 길게 이어졌다. 바닥은 오물과 피로 얼룩덜룩했다. 카펫이 깔려 있지 않다는 점이 불행 중 다행이었다. 시선이 천천히 위로 올라가자 자연스럽게 방의 정경이 시야에 번졌다. 나는 여전히 그 우아하지 못한 살풍경을 정확하게 설명할 자신이 없다. 저택에는 본디 방이 많았고 그 공간은 서재도, 식당도, 침실도 아니었다. 벽난로는 피보다 붉은 불길로 장작을 살랐고 구석에는 다른 장소로 이어지는 틈이 있었다. 문이라기에는 애매했다. 직사각형 모양의 틈을 막을 만한 소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너머로 빨려 들어가는 벽지 가장자리에는 네 개의 길고 붉은 줄이 남은 채였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공간을 더 기괴하게 꾸며 놓은 것은 흩어진 살점들과 몇 명의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장기들이었다. 고양이가 굴려 놓은 실타래처럼 이리저리 퍼진 내장이 바닥에 즐비했다. 심장이나 간, 폐와 같은 통통한 기관들은 짓뭉개져 나뒹굴었다. 눌어붙은 핏덩어리들이 사람의 몸 안에서 맥동했던 기관들이 맞았다면 말이다. 머리카락이 터진 오리털 베개의 내용물처럼 흩날렸고 몇 개의 눈알이 부러진 탁자와 함께 나뒹굴었다. 뒤늦게 도착한 사라가 입을 틀어막고 비명을 질렀다. 퍼뜩 정신이 들었다.
“조, 조용…….”
“무슨 일인가?”
답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왔다. 재빠르게 몸을 돌리는 순간 외알 안경 너머의 눈이 나를 마주했다. 밤에 움직이는 어떤 기묘한 짐승이 사람 가죽을 뒤집어쓰고 있는 것만 환상, 그러나 당장 마주하고 있는 자는 분명한 인간이었다. 어쩐지 숨이 막혔다. 목구멍을 막는 싸늘한 감각은 본능에서부터 왔다. 곁에서 사라가 심하게 몸을 떨었다. 부르는 목소리조차 듣지 못한 것 같았다. 집사는 단조로운 표정으로 붉은 머리 사용인과 나를 번갈아 보더니 너머로 시선을 던졌다. 놀란 기색은 아니었다. 어찌나 반응이 차분했던지 문득 안도감이 치밀었다. 덕지덕지 발린 살점이 아마 사람의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런 반응이 나올 리 없었다.
“밤에는 돌아다니지 않는 게 좋다고 했을 텐데. 이렇게 된 이상 치우고 가도록 하게.”
집사는 엄격한 투로 일갈했다. 사라가 찍찍거리는 듯한 새된 소리를 냈고 내가 대신 대답했다.
“네, 아, 알겠습니다.”
“물걸레는 어디 있는지 알겠지?”
“네.”
눈을 한 번 깜박인 순간 집사는 사라지고 없었다. 점점 심하게 몸을 떨던 사라가 홱 돌아서더니 복도를 가로질러 내달렸다. 잡을 틈도 없었다. 나는 황망하게 어둠 속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걸음을 뗐다. 혹시 집사가 도망칠 기회를 일부러 준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떠오른 생각은 곧바로 반박을 맞았다. 무엇으로부터 도망칠 기회란 말인가? 답을 내릴 수 없었으므로 나는 판단을 유예했다. 펌프 근처에는 아무도 없었으나 청소 도구함 옆에는 익숙한 실루엣이 자리했다.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길어 온 물통을 내려놓았다.
“사, 사라.”
“아, 아.”
대답이 낮게 웅웅거렸다.
“청, 청소는 하러 가, 갈 거야?”
“아아.”
“새, 생각보다 별, 거, 아냐. 요리에 쓰인 가, 가축 부산물, 인 것 같아.”
“아아.”
“나, 혼자, 가?”
“아아.”
사라의 어깨는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돌려세울까 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으나 어쩐지 그 얼굴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그렇다고 뒤에서 안아 달래 줄 위인은 또 못 된 탓에 나는 적당히 인사를 얼버무리고는 물품을 챙겼다. 돌아온 방에서는 노을처럼 새빨간 빛이 넘실거렸다. 도와줄 사람은 여전히 없었고 바닥은 잘 닦이지 않았다. 덩어리들을 한쪽으로 밀어 놓던 와중 일부 조각에 나 있는 잇자국이 눈에 띄었다. 살을 씹어 삼킨 흔적이라기보다는 물어뜯었다 놓은 자국에 가까웠다. 구멍마다 붉은 울혈이 깊게 맺혀 있었다.
가는 소음을 들은 것은 반쯤 청소를 마쳐 가던 무렵의 일이었다. 모기의 날갯짓보다는 나지막했으나 충분히 놓치기 어려운 음색이 이어졌다. 소리는 벽에 난 직사각형 구멍 너머에서부터 흘러나왔다. 부산히 움직이던 빗자루가 멈췄다. 어느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둘 다 목소리가 경박하지 않고 잔잔한 편이었는데, 단 한 번도 음성을 들어 본 적이 없었음에도 발화자가 주인님과 유명한 연인이라는 점은 단박에 알아챌 수 있었다. 손가락이 축축했다. 침묵. 그러나 본디 호기심은 판도라 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인간의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나는 몸을 살짝 기울여 안을 들여다보는 것을 택했다.
더러워진 방과 너머의 다른 공간 사이에는 아주 짧은 복도가 있었다. 시야에는 어느 정도 제약이 생겼으나, 동시에 벽면은 상대가 관찰자를 보지 못하게 하는 사각지대를 제공했다.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황금빛 머리카락을 지닌 청년이었다. 청년이라는 표현이 아주 적절하진 못했다지만 그것이 최선의 객관적인 수식이라는 점은 명확했다. 큰 초가 가장자리에 잔뜩 켜져 있는 공간은 다소 밝았기에 나는 그의 머리카락이 얼마나 찬란한 빛깔을 띠는지 쉽게 알아챌 수 있었다. 필시 태양 밑에서 보았다면 더더욱 화려했을 용모로, 얼핏 보면 신관과도 같았으나 성스럽다고만 하기에는 묘하게 서늘한 구석이 존재했다. 미소를 머금었음에도 기색이 온유하지만은 않은 것이 복음보다는 통치자의 말을 더 잘 설파할 인상이었던 탓이었다.
“소돔과 고모라에서 마지막으로 유행했을 방식이군요.”
“파우스트, 소소한 난잡함이 그대를 거슬리게 했는가?”
“그보다 흥미롭습니다. 신성한 제국에서도 그리스와 그 이전의 고전은 늘 사랑받았으니.”
목소리가 들린 뒤에야 나는 그 곁에 검은 머리를 한 다른 사람이 앉아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파우스트라는 이름을 입에 담은 두 번째 인물은 비교적 인상이 흐릿했다. 안색은 창백하였으나 아름다웠고 얼핏 보이는 녹색의 홍채는 그 얼굴 위에서 이질적이었다. 피에타에 빗대기에는 모독적이고 갈라테이아에 비유하기에는 어리숙하지 않은 낯. 다비드를 말하기에는 찬란하지 아니하나 쉽게 사람이라 칭하기에는 저어되는 자. 전반적으로 그의 곁에는 선득한 빛깔이 드리워져 있는 것 같았으나 목소리만큼은 따뜻했다. 의아한 점은, 그를 보다가 잠깐 눈을 돌리면 얼굴이 금세 잊혀 버린다는 지점이었다. ‘파우스트’가 발화했다.
“페러그린.”
그가 움직였고 나는 뒷걸음질을 쳤다. 시야에서 그들의 모습은 사라졌으나 목소리는 이어졌다. 느리게 발이 땅을 옮겨 디뎠다. 피 냄새 때문에 속이 어지러운데도 감각은 점차 날카로워졌다. 파우스트가 말을 이었다.
“내일은 늑대들이 울지 못할 밤이라더군요.”
“보름달 없는 밤을 구경하러 나갈 마음이 드는가?”
“내가 볼 것은 달이 아닌 그대뿐이겠습니다만은.”
그들은 마치 듣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대화했다. 밖에서 틀림없이 주변을 정리하는 기색이 있었을 텐데도 그러했다. 그들의 밀어密語는 명백한 밀어蜜語였으므로, 나는 그들이 이방인의 존재를 무시한 것에 크나큰 안도를 느꼈다. 주인과 정인은 분명 너머의 방에서 벌어진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었으나 그들의 옷에는 피 한 방울 묻은 것이 없었다. 짐승의 것이라기에는 지나치게 작은 이와 버섯 같은 손가락들을 치워도 내부에서는 여전히 금속의 냄새가 났다. 뒤늦게야 나타난 집사는 꼬장꼬장한 표정을 해 보이더니 이다음엔 성실하게 일하라는 말을 남기고 나를 돌려보냈다.
사라가 해고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것은 이튿날 아침이었다. 그 외에도 서너 명쯤 되는 사용인들이 해고되는데, 정확한 사유는 불명이었으나 더는 일을 할 수 없게 되어 내보냈다고 했다. 추가적인 고용이 이루어졌다. 옛 동료의 자리를 채우기 위해 들어온 것은 호리호리한 체구의 젊은 청년이었다. 비록 분류로는 청년이었으나 그의 낯에는 여전히 앳된 티가 남아 있었기에 나는 그가 슬쩍 통성명을 시도하기 전까지 어쩌면 그가 나와 동갑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시종인 그는 청소 업무를 맡았다. 구역이 완전히 겹치지는 않았다지만 유독 마주치는 일이 잦았다.
본래 청소 담당이었던 내 업무도 일시적으로 변화했다. 주인님께 차를 갖다 드리는 일을 맡게 된 것이다. 주방에서 다기들이 옮겨져 나오면 집사가 향과 질을 평가했다. 이후 단순한 운반의 업무만 내 몫이 되었다. 금발의 청년은 사용인들과 교류하는 것을 즐기지 않는 눈치였고, 애초에 차를 요청하는 경우 역시 그리 많지 않았다. 주인님 역시 내가 가져온 것을 즐겨 마시는 기색은 아니었다. 조심스레 쟁반을 가져올 때면 그는 늘 자리에 앉아 있었다. 대체로 눈을 감은 상태였다. 분명 실존하고 있음에도 살아 움직이는 그림에 가까워 보여, 때로는 숨을 쉬고 있는지 확인해야 할 것 같은 염려마저 들었다. 그가 말을 건 것은 딱 한 번이었다.
“다음에 올 때는 뒤쪽 통로를 써도 좋겠군.”
서재에서 그를 찾아 두리번거리는 모습을 보고 한 말이었다. 신상이 말을 건 것만 같은 느낌에 나는 질겁하였으나 최선을 다해 평정을 유지했다.
“뒤쪽 토, 통로요?”
“주방에서부터 출발하는 길이 하나 있다네.”
“네, 주인님.”
두 번째로 답할 때는 말을 더듬지 않는 데도 성공했고 말이다. 주인님은 이후로도 몇 가지 일상적인 소재를 꺼냈는데 무슨 정신으로 대답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가 이야기한 통로를 과연 언제 쓸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었으나 실험의 때는 의외로 빠르게 왔다.
“사라가 네 얘기를 하던걸.”
사흘하고도 이레째 되던 날 새로 온 청년이 지나가는 걸음을 막아서며 말했다. 그의 취직을 기준으로는 닷새째 되던 날이었다.
“조수도 많이 했고.”
그는 기자라고 했다. 듣자 하니 제이가 밑에서 일하게 되었다던 작자인 모양이었다. 처음에는 저택에 대한 괴소문을 귓등으로 넘겼으나 어느 소녀가 반쯤 미친 채 해고되었다는 소문을 듣고는 태도를 바꾸었다는 것이었다. 노력은 가상했으나 눈빛을 보면 꿍꿍이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부류였다. 친구 녀석이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를 얌전히 들여보냈는지 모르겠다는 의문이 먼저 들었다. 풍겨 나오는 분위기나 근엄함 자체에서 주인님의 상대도 되지 못하는 위인이었다. 이대로 두었다가는 제이만 실직당하고 끝날 것이 뻔했다. 기자는 뜸을 들이더니 다짜고짜 부탁을 던졌다.
“사용인들만 쓰는 지름길 같은 건 없어?”
“……?”
“엿보는 것 좀 도와줘.”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나의 친구가 안전한 이직을 위해 기자를 들여보냈을 수도 있겠다는 확신을 하게 되었다. 기자는 기괴함과 모험에 눈을 빛냈으나 탐험가가 으레 챙겨야 할 경각심만큼은 부족했다. 제이, 이런 부류와 오래 일하면 너도 목이 날아간 채 퇴직할 수도 있겠어. 여기서 나갈 때 뼈저리게 후회하기를 바라야지. 그를 끌고 좁은 통로를 건너며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요청받은 것과 같은 비밀 통로가 존재하기는 했다. 주인님이 직접 알려 준 통로라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지만. 기자는 창문 하나 없는 그 통로가 일종의 암살자 통로일 거라고 꽥꽥댔다. 신빙성 있는 사고방식이라고는 생각지 않았으나 굳이 짚어 줄 의리는 없었다.
길은 습하고 냉랭했다. 벽은 돌로 되어 있었으며 등은 없어 지나다니려면 한 손에 초를 들고 있어야만 했다. 차를 챙겨 이동하기에는 썩 위생적인 환경이 아니었다. 얼마간 걷자 벽에서 나무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오른편의 돌벽이 벽지 발린 평면으로 변화하고 왼쪽에서부터 무수히 많은 가는 빛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을 때에야 나는 우리가 어느 책꽂이 뒤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틈을 뚫고 나갈 수 있는 길은 없었다. 주인님이 조언을 빙자해 의도적으로 장난을 치셨거나 무언가를 잘못 알고 계셨던 게 분명했다. 책들 너머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슈가.”
옷깃이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래에 자리하는 책은 두껍고 촘촘했으나 위에 있는 책들의 높이는 일관적이지 않았다. 고개를 들면 비교적 키가 큰 기자가 틈새로 무언가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우스꽝스럽게 비유하자면, 그건 막 사랑에 빠진 사람의 낯짝이었다. 낮은 웃음소리 같은 것이 들리자 그의 표정은 미묘하게 변화했다. 나는 저쪽에서 책을 뽑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촛대를 쥐었다. 일전에야 사이를 가로막는 튼튼한 벽이라도 있었지, 이번에는 너머에서 우리의 존재를 알아채는 순간 굉장히 난감해질 상황이었다. 들리는 목소리가 적었다. 나는 기자의 소매를 당겼으나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포기할 때까지는 두 번 정도의 시도가 더 걸렸다. 보란 듯이 그를 등지고 나가는 방향으로 걸었지만 동행인은 끝까지 따라 나오지 않았다.
신은 자비롭기에 나는 그의 말로 역시 오직 자신의 선택에 의해서만 결정되었음을 밝히는 바이다. 저녁이 깊은 시점, 그가 남자 사용인들을 위한 방으로 들어가는 것이 관찰되었다. 내가 근처에 있었음에도 기자는 말을 걸거나 타박을 하지 않았다. 적어도 사라와 같은 꼴이 된 것은 아니었다. 무언가에 홀린 것 같은 낯이었으나 해야 할 일은 곧잘 했고 대답은 정상적으로 뱉었다. 그가 이후 정말로 머저리 같은 짓을 감행하지 않았더라면 끝까지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았을 터였다! 이른 새벽, 목이 막혀서 잠에서 깼을 때 밖에서는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다시 잘까 고민도 되었으나 한 번 깨어난 정신은 꿈으로 돌아가기를 거부했다.
“페러그린 씨는 어떤 사람이죠?”
“자신이 메피스토펠레스와 내기하는 신성이라 착각하는가?”
“돕고 싶을 뿐입니다, 나는, 당신을…….”
대화는 2층에서 이어지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자부하는 내 강점 중 하나는 남들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흰 뺨에 주근깨가 잔뜩 박힌 여자아이야 존재감이 있으려야 있을 수가 없는 존재였다. 이번에도 그 점 하나만을 믿고 살금살금 걸어가려니 너머 난간의 두 인영이 보였다. 하나는 내가 아는 사람이었고, 다른 하나도 내가 아는 사람이었다. 파우스트 님은 어지간히 피곤한 투였지만 말 밑에 경멸보다는 날카로움이 뚜렷했다. 그에 반해 기자, 그 멍청한 작자는 정말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투였다. 나는 그가 설득의 말을 조금 더 지껄이는 것을 들으며 걸음을 멈췄다. 어둑한 상태로 유지되는 저택이라 해도 채광 없이는 완벽하게 유지될 수 없었다. 느슨한 커튼 가장자리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앞을 보지 못하는 것이 배를 쏠아 먹는 난파선의 쥐 떼 같구나.”
“당신은 이런 어둠에 어울리는 분이 아닙니다. 이 집에는 명백히 악마가 들었습니다!”
맹세컨대 나는 정말로 그걸 볼 생각이 없었다. 대체 왜 보고 싶었겠는가? 갑자기 걷힌 커튼에 의해 쏟아지는 새벽, 황금빛 머리카락의 일부와 발끝이 재가 되어 사그라드는 모습을! 나는 여기에서 일하지 않으면 갈 곳도 없었다. 그러나 운명은 또 잔인하여 목도하는 것은 필연이라. 어떤 앎은 죄악이었다. 알고 싶지 않았다. 모르고 행한 것은 사해질 수 있으나 알고 행하는 자는 판단해야만 했다. 커튼이 닫혔다. 실명해 버릴 것만 같은 광채가 눈 안에서 돌았다. 나는 황급히 자리를 벗어났다. 맨발이 대리석 바닥에 부딪혔다.
이후의 일들은 내가 제이에게 보낸 편지로 갈음하고자 한다. 며칠 뒤에도 해고당하지 않은 나는 보름쯤 지났을 때 친구에게 다음과 같은 전보를 보냈다. 친애하는 제이, 잘 지내고 있는지 모르겠어. 그래서 새로운 사람의 조수로는 들어갔니? 전에 기자보다는 탐정 밑에서 일하는 것이 더 좋다고 말했던 기억이 있는데 어쨌는지 모르겠네. 최근 일하러 들어온 신입이 있는데, 기자쯤 할 법한 나이인데도 어쩌면 그렇게 덜떨어진 모습을 보이는지 몰라. 근래는 주인님의 마음에 들고 싶어서 아주 기를 쓰고 있단다. 주인님이 원하신다면 자기 심장이라도 뜯어서 바칠 기세야. 그분의 연인은 이 상황을 우스워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귀찮아하는 것 같기도 해.
나는 소소하게 봐서는 안 될 것을 보았는데 저택 사람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양이야. 눈치를 아예 못 챘거나 아니면 알아챘는데도 묵인하고 있는 쪽인 텐데 아마 후자일 것 같아. 어쩌면 내가 저 그리스 신들의 판도라인지도 모르지. 제이, 나는 무덤이 이토록 아름답고 조용하며 잔인하다는 것을 처음 알았단다. 지내기 나쁜 곳은 아니지만 네가 오지는 않았으면 해. 너 같은 애들보단 나 같은 사람들이 지내기 더 좋은 곳이거든. 불과 죽음과 심연처럼 아득하면서도 오묘한 것들은 본디 사람을 끌어들이는 구석이 있어, 아마 곧 새로운 손님이 올 것만 같아. 또 전할 말이 생기면 다시 적을게. 하늘을 찌를 듯한 지붕 위에서는 까마귀조차 울지 않겠지만 괜찮아. 안식이 있는 무덤은 언제나 평화로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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